1. 책 소개, 작가 소개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으로 유명한 어니스트 허밍웨이는 미국의 참전 용사이자 종군기자로 활동했고, 이런 경험이 작품에 녹아 전쟁의 허무함과 상실을 잘 나타낸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헤밍웨이는 파리에 머무르며 스콧 피츠 제럴드, 거트루트 스타인 등과 파리의 문화를 즐기며 문학적 교류를 하는데 이 당시 상황은 영화 미드나잇 파리에서 묘사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작가들과 윌리엄 포크너와 같이 1차세계대전 직후 성년이 된 세대들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lation)라고 하며, 1차 세계대전이 삶에 큰 충격을 주어 그 이전 세대와는 문학적 풍토가 많이 달라진 게 특징이다. 관심이 있으면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읽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다리를 폭파한다는 하나의 작전 속에서 다양한 인간상을 묘사하는 게 특징이다. 책의 제목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일본어 번역을 한번 거쳐 다시 번역한 제목으로, 정확한 뜻은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가"라고 한다.
2. 줄거리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미국인 군인 신분으로, 명령을 받아 스페인 내전에서 게릴라들, 반 파시스트들과 잠시 함께 활동한다. 게릴라군의 리더인 파블로는 유능한 지휘관이었지만 전쟁을 겪고는 예전과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부인 필라르는 여전히 강직한 리더로 활동한다. 적군에 의해 부모를 살해당하고 머리를 삭발당한 마리아 역시 게릴라군에 속해있었는데, 이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주인공과 사랑에 빠졌음에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리를 폭파하는 것이 작전의 주된 내용이었지만, 이 작전이 적에게 알려져 적군의 행로는 바뀌게 되고 다리의 폭파는 무의미하게 된다. 작전을 취소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지 못한 로버트는 어쩔 수 없이 무의미한 작전을 그대로 진행하게 되고 차질이 생겨 퇴각하던 와중 부상을 입게된다. 적군의 추적을 막기 위해 로버트는 기관총 하나를 들고 혼자 남는다.
3. 헤밍웨이의 허무주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뼈만 남은 참치를 육지까지 끌고오고, 로버트 조던은 의미 없는 작전을 위해 목숨을 건다.
헤밍웨이의 주제의식은 이 과정을 겪는 인간을 묘사하며 잘 드러나는데, 자신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던 파블로는 동료를 살리기 위해 작전 속에서 목숨을 걸고 탱크 안으로 수류탄을 집어넣고, 희망이 꺾였던 마리아는 작전 중에서 조던과 사랑이 맺어진다. 전쟁으로 상처 입은 인간들이 무의미한 작전에 열중하며 다시 인간성을 되찾고 희망을 찾는다. 허무주의하면 염세주의와 연관 지어 생각하며 패배주의적 성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헤밍웨이의 허무주의에서는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있었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그래도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4. 내 생각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았을 때 이 작품이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존 던의 기도문에서 따온 제목인데, 원문은 이렇다.
사람은 아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유럽은 그만큼 줄어드니, 그건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나를 줄어들게 하는 것이니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종소리가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가(For whom the bell tolls) 알아보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니.
다양한 매체가 없던 시절, 조국의 선전물과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전쟁에 나가고 적군을 사탄으로 생각하며 참전했지만 자기가 하던 일이 단순히 적군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회의감에 빠지는 병사가 많았다고 한다.
이 제목에서 이념문제가 아닌 전쟁 그 자체를 반대하는 반전 소설임이 드러난다.
내가 죽는 것 뿐만 아니라 적군이 죽는 것. 동료가 죽는 것 모두 크거나 작거나 나의 생명을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제목에서 반파시즘/파시즘 같은 문제가 아닌 전쟁 그 자체를 반대하는 반전 소설임이 드러난다.
전쟁의 필요성과 당위성 같은 담론을 넘어, 이런 전쟁 자체의 아이러니함을 묘사한 작품을 보면, 그 동안 배워오고 지켜온 윤리의식이 희미해진다. 전쟁은 최악의 수단이다.
정석에서 공부하다 읽으니 너무 재밌다. 역시 공부할 땐 벽을 보기만 해도 재밌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고맙게도 원문이 왼쪽, 번역본이 오른쪽에 적혀있어 원문과 같이 읽을 수 있었다. 문장이 투박해 원문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