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
처음엔 제목만 보고 인간의 부정적 감정을 주제로 한 심오하고 무거운 문학작품인줄 알았다.
읽고 나서도 모르다가 어느정도 읽고 나서야 로맨스소설인걸 눈치챘다. ㅋㅋㅋㅋ
오만과 편견은 제인 오스틴 선생님의 '첫인상'을 개작하여 출판한 작품이다.
오만은 남주 다아시의 무례한 첫인상을 뜻하고, 편견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보고 처음에 느낀 감정이다. 제목은 오만과 편견 그 자체를 주제로 한게 아니라, 소설 주인공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
소설의 플롯은 우리가 익히 아는 로맨스 소설의 플롯 그 자체이다.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이 부잣집 도련님과 눈이 맞아 신분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룬다는 어디서 많이 본...
진부하다고 느낄 수 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이 플롯의 클리셰가 된 이유가 이 책이 그만큼 유명해져서이다. 19세기 초반에 출판한 책의 플롯을 우리가 익숙하게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시대를 앞선 작품이라는 것.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도 막장드라마의 소재로 흔히 쓰이는 치정극이 많다. 라이언킹이 헴릿의 플롯을 어느정도 차용했다는 것도 유명하다. 지금까지도 먹히는 이야기가 그 당시에는 얼마나 센세이셔널 했을까....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참신한 소재만으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건 아니다. 작품의 시대배경인 19세기에는 결혼이 단순히 남녀간의 가정을 이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문간의 결합의 의미도 강해서 가문끼리 정략결혼을 하기도 하고, 신분차가 나는 결혼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만큼 이런 내용의 소설을 어색하지 않게,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게끔 풀어낸것은 제인 오스틴 선생님의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조건을 보고 결혼한 샬롯이 극중에서 주인공에게 이해를 받은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옹호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극단적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 넷째 딸을 철없고 무지하게 그려 엘리자베스와 비교해 메인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보이게 균형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고전 문학인만큼 부담스럽게 많은 서술어와 빙빙 돌려 말하는 문장구조는 책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중간부터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오해를 깨고 심경이 변화하는 과정은 지금봐도 흥미진진하다.
18세기는 계몽주의가 정점에 올랐던 시기이다. 종교의 시대에서 이성의 시대로 넘어가며, 철학자들이 자유와 평등을 외치기 시작한 지점이다. 이 작품이 철학자들의 사상이 대중들에게 스며들게 만든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에는 서술어를 생략하고 문장구조를 현대에 맞춰 읽기 쉽게 바꾸는 번역작업이 유행하고 있던데, 이런 번역본이 나오면 지금도 친구들에게 추천 해줄만 하다.
참고로 극중에서 가장 미인이라고 나오는 베넷가의 첫째 딸 이름은 제인이다....
제인 오스틴 선생님..?
고전문학을 시작하기 어렵다면,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책.
고전문학은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해서 보는게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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